[포스트 코로나] 사토시의 속마음

본 칼럼은 중앙일보 조인디 편집국의 검토를 거쳐 https://news.joins.com/article/23793897에 게재되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편집국에 제출한 원문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입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시고, 또 어떤 분들은 스스로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하시던데, 사실 저는 그러한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비트코인 출시 초기에는 저의 아이디어를 전파하고 함께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개발자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활발하게 소통했지만, 비트코인이 안정화되자 저는 모든 것을 끊고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이 완전히 탈중앙화된 시스템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저의 존재감마저도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 온 저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바라보며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화폐 개발 소식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저는 심경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구조의 부작용과 무자비한 화폐 발행 권력의 남용을 비판하면서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폐가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도록 화폐를 디지털화하는 것은 좋은데, 디지털 화폐로 인해 오히려 중앙은행이 더 빨리 화폐를 손쉽게 찍어낼 수 있게 되어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 권력이 더욱 중앙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전 세계 20억명의 거대한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기업화폐 리브라를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도 복잡합니다. 기업은 국가보다 규모는 작지만 속도가 빨라서 중앙화 된 실행을 더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페이스북과 같이 전 세계에 수십 억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다국적 디지털 기업들은 오히려 그 영향력이 국가보다 크다고도 할 것입니다. 2008년 거대 금융기업들의 탐욕으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시작한 비트코인이 관련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다국적 플랫폼 기업들의 화폐 발행 욕구를 자극하게 되었군요.


제가 창시한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가 등장한 것도 놀랍습니다. 백트(Bakkt)라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를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소유한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사업자인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ntercontinental Exchange)에서 만들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백트에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와 홍콩의 최대 부동산 재벌인 리카싱 회장 등 경제신문에 자주 나오는 유명기업들이 투자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경제신문을 펼치면 비트코인이 사기라는 비판이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DID(Decentralized Identity)라고 불리우는 탈중앙화신원증명 솔루션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DID 솔루션을 팔고 있는 기업들이 실제로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인지, 만일 그렇다면 탈중앙화된 시스템에서 1:1 신원 인증이 상용화 수준의 빠른 속도로 구현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DID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탈중앙화되어 있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대규모의 개발자와 IT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느린 속도로 비판을 받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굳이 선택한 이유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탈중앙화된 비트코인 시스템을 창시하는데 큰 영감을 준 닉 사보(Nick Szabo)가 잘 지내는지도 궁금합니다. 닉 사보가 1997년에 출간한 ‘The God Protocols’라는 논문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암호학자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닉 사보는 시스템의 중앙에서 검증하고 있는 기관이 오히려 시스템의 자율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보안의 구멍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저의 친구들이 제가 예전에 공개적으로 활동할 때 작성했던 이메일, 포럼 글들을 모아 Satoshi Nakamoto Institute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해 주시고, 여기에 닉 사보의 위대한 논문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한국에 대해 비트코인의 창시의도와 철학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비트코인이 투기를 조장한다고 비판하고 금융 규제가 심해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나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한국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니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국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이 2003년에 동북아 금융허브를 국가 전략으로 천명하고 추진해 왔다는 것은 놀라웠습니다. 당시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허브는 홍콩이었는데, 최근 중국의 최대 정치 축제 양회에서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며 앞으로 홍콩의 금융 허브 역할을 한국이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대규모의 디지털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만일 신분을 드러내서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면, 저는 한국에 이렇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금융 허브(Hub)라는 개념을 금융 노드(Node)로 바꾸면 어떨까요? 한국인들께서 자주 사용하시는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허브(Hub)는 자전거 바퀴의 살이 모여 있는 중심축을 의미합니다. 즉 중앙화된 시스템의 중심을 의미합니다. 반면 노드(Node)는 분기점이나 접속점을 의미합니다. 즉 탈중앙화되어 모두 자유롭게 소통하는 네트워크에서 전체의 발전을 위해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곳을 의미합니다. 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확대되는 디지털 네트워크 세상에서는 허브보다 노드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비트코인에서 왜 채굴을 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10년이 넘도록 유지되고 있는 것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의 자발적 운영을 위해 노드의 기여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노드가 될 수 있으면 2003년에 수립한 금융 허브의 목표를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이 동북아 금융시장에서 홍콩의 역할을 가져오려면 홍콩을 뛰어넘는 규제 최신화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홍콩의 금융 스타트업들이 안전한 한국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홍콩의 스타트업들이 한국 규제 환경에서 과연 잘 적응하는지 혹은 어떻게 불평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금융 규제 혁신이 다행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규제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까요? 대학에서 법학을 강의하는 교수들과 금융 분야 관료들에게 핀테크 창업의 기회와 인센티브를 제공한 후, 실제 핀테크 창업 도전율과 성공율을 관측해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카카오라는 메신저 기업도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손쉽게 토큰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지갑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비트코인은 실제 돈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돈을 보낸다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바일 메신저에서 크립토 금융을 구현해 낼 수 있다면 디지털 금융 시장의 많은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한국이 G7이라 불리우는 선진국 회의에 추가되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이 이웃나라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선진국이라는 정의는 타 국가가 정하는 타율적, 종속적인 개념이 아닐 것입니다. 해외 선행 사례를 찾기보다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행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선진국의 습관이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하면,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위 내용은 사토시 나카모토를 직접 인터뷰한 것이 아니라, 가상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김문수 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및 크립토MBA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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